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만 AI는 읽을 수 없는 안티 AI 폰트
AI의 기술과 성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AI의 학습과 접근을 피하거나 막으려는 움직임도 함께 보이고 있는 시대입니다. AI 봇의 크롤링을 막는 웹사이트나 AI 모델의 이미지 학습을 방해하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죠.
최근에는 AI가 텍스트를 읽지 못하게 디자인된 ‘안티 AI’ 폰트도 등장하고 있어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만 AI의 기계적인 방식으로는 읽을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인데요, 레이디러너가 발견한 3가지 사례를 통해 안티 AI 폰트가 어떤 방식과 원리로 AI를 피해 가는지 둘러보도록 할게요.
화면에서는 원문으로, 코드에서는 다른 단어로 바뀌는 ShieldFont

ShieldFont는 브라질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Seneda & Abrucio와 코펜하겐의 타입 파운드리 Playtype이 함께 제작한 폰트입니다. 여섯 가지 굵기를 제공하며, 겉으로만 봐서는 일반적인 웹폰트처럼 보이죠.
차이는 화면 뒤의 코드 속에 존재합니다. 사람이 보는 화면에는 원문 텍스트가 렌더링되지만 실제 웹페이지의 HTML 코드에는 원문과 다른 단어가 저장되는 방식이에요. 결과적으로 HTML 코드에서 텍스트를 추출하는 AI 스크래퍼는 일부 단어가 치환돼 의미가 달라진 문장을 수집하게 됩니다.
실험에 따르면 ShieldFont를 적용한 지문 가운데 31.1%에서 55.8%가 원문과 더 이상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측정됐어요. 이런 변형을 통해 텍스트가 데이터 품질 필터에서 제외되거나, 필터를 통과한 경우에는 의미가 바뀐 텍스트로 남도록 설계된 폰트입니다.
다만 기본 구현에서는 페이지 내 검색과 복사, 붙여넣기, 번역 등에 제약이 생깁니다. 현재는 스크린리더 등에 원문을 전달하는 접근성 기능을 베타로 제공하지만 자바스크립트와 추가 처리 시간이 필요합니다.
멀리서 봐야만 원문이 보이는 Decoy Font

Mixfont에서 제작한 Decoy Font는 하나의 글자 안에 실제 문자와 '미끼' 문자가 겹쳐진 형태입니다. 실제로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TTF 파일이고, 보는 거리와 표시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타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가까이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여러 겹의 윤곽선으로 이뤄진 글자가 AI를 노린 미끼 문자이고, 그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글자가 인간의 눈에 보이도록 설계된 부분입니다. 숨겨져 있는 흐릿한 글자는 멀리 떨어져서 보거나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하나의 글자로 합쳐져 인식되는 걸 볼 수 있어요.
제작자가 공개한 테스트 결과, 챗GPT와 Gemini 모두 뒤에 숨겨진 메시지 대신 선명한 미끼 문자를 읽었다고 해요. 다만 원리를 알려주거나 분석 기능을 사용하면 AI도 숨은 글자를 찾아낼 수 있으며, 이 같은 착시는 글자 크기와 관람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활용 시에는 관람 거리와 크기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만큼, 장문보다는 포스터나 짧은 문구처럼 관람 조건을 조절할 수 있는 작업에 어울리는 형태로 보입니다.
움직일 때만 읽히고, 멈추면 보이지 않는 Ghost Font
위의 Decoy Font를 제작한 Mixfont에서 공개한 또 다른 프로젝트입니다. 작은 점으로 가득한 노이즈처럼 보이는데요, 점들이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사이에서 알파벳의 윤곽이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정확히는 폰트 파일 형태는 아니고, 짧은 문장을 생성하는 모션 타이포그래피 실험에 가깝습니다.
글자를 구성하는 점과 배경을 이루는 점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사람의 눈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을 하나의 형태로 묶어 문장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영상 재생을 멈추거나 단일 프레임 이미지로 보면 글자의 윤곽이 인식되지 않는데요, 영상을 개별 프레임으로 분석하는 AI 역시 문장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AI 모델인 Claude Fable과 GPT Sol 5.6 Ultra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 두 모델 모두 실제 문장을 읽지 못하고 영상에 포함된 미끼 문구만 인식했다고 해요.
다만 정확한 작동 원리를 알려준 뒤에는 AI도 원문을 해독할 수 있었고, 로컬 코드 실행 환경을 가진 에이전트는 점의 움직임을 직접 분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AI가 프레임 사이의 움직임을 더 정교하게 분석한다면 Ghost Font의 '안티 AI' 효과도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AI의 판독을 막기 위한 안티 AI 폰트, 어떻게 보셨나요? 사람만 감지할 수 있는 착시 효과나 AI가 텍스트를 읽는 방식을 기술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 활용 면에서는 아직까지 한계가 보이지만 이러한 실험과 연구가 이어진다면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디자이너가 글자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읽기의 주체에 AI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는 사례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