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튜디오 듀당스의 ‘연백1227’ 리브랜딩 스토리

스터디 · 인터뷰 | 2026년 07월 15일
연백1227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브랜딩 프로젝트 (제공: 듀당스)
연백1227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브랜딩 프로젝트 (제공: 듀당스)

리브랜딩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듀당스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듀당스는 올해 초 탈잉 리브랜딩 프로젝트로도 주목받은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프리미엄 딸기모찌 브랜드 ‘연백딸기모찌’를 ‘연백1227’로 재탄생시킨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운 좋게도 레이디러너가 듀당스로부터 이번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들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듀당스가 연백1227을 위해 브랜딩 및 디자인 전략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아래에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좌) 연백딸기모찌 기존 로고, (우) 연백1227 신규 로고 (제공: 듀당스)
(좌) 연백딸기모찌 기존 로고, (우) 연백1227 신규 로고 (제공: 듀당스)

Q1. 반가워요 듀당스! 먼저 연백1227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백1227은 황해도 연백 지역의 제조 방식을 기반으로 3대째 이어져 온 프리미엄 딸기모찌 브랜드 연백딸기모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면 재정립한 리브랜딩 프로젝트입니다.

연백딸기모찌는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헤리티지가 시각적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브랜드명 역시 대표 제품 중심으로 인식되어 제품군 확장에 한계가 있었으며, 패키지와 공간, 온라인 등 여러 접점에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듀당스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연백딸기모찌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소비 환경과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 구축을 리브랜딩의 목표로 삼았고, 2026년 1월부터 약 6개월의 시간 동안 브랜드 네이밍부터 영문명 개발, 브랜드 아이덴티티, 패키지 시스템, 그래픽 모티프, 공간 디자인, 디지털 경험까지 브랜드 전반을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으로 재설계했습니다.


Q2. 브랜드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리브랜딩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이름이었습니다. '연백'이라는 이름은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의 자산이었고, 기존 고객들이 가장 먼저 기억하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헤리티지는 이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시각적인 요소들은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기존 로고의 절구와 절굿공이는 모찌 브랜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상징이었고, 연백만의 개성을 보여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남길지보다 무엇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희가 이어가고 싶었던 것은 전통적인 형태가 아니라, 연백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였습니다. 풍요의 땅으로 알려진 황해도 연백의 배경과 쌀, 소금, 목화를 뜻하는 '삼백(三白)'이라는 상징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았고, 한글 레터링과 전통 문양, 민화에서 받은 영감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지금의 연백에 맞는 조형 언어로 다시 풀어냈습니다.


연백1227 영문 버전 로고 (제공: 듀당스)
연백1227 영문 버전 로고 (제공: 듀당스)

Q3. 리브랜딩하면 로고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죠. 어떤 의미와 특징을 갖고 있나요?

우선 연백1227은 모든 포맷에서 일관된 경험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시그니처 시스템 안에서 움직입니다. 워드마크는 Yonbek 단독으로 쓰이거나 1227과 결합될 수 있고, 가로 또는 세로로도 배치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된 로고가 아니기에 패키지부터 공간까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시각적으로는 한자 '三' 형태로 그려진 Yonbek의 E가 포인트로, 이는 브랜드의 3대 전통과 연백의 삼백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연백1227 한글 버전 로고 (제공: 듀당스)
연백1227 한글 버전 로고 (제공: 듀당스)

한글 레터링은 듀당스의 전담 타이포그래퍼인 한동훈 디자이너가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영문 로고를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는 비례와 리듬을 조정하여 영문 로고와 같은 분위기를 공유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두 로고는 역할도 다릅니다. 영문은 간결한 'Yonbek'만 사용하여 해외 고객을 위한 얼굴이 되고, 한글은 기존 고객에게 익숙한 '연백딸기모찌'를 유지하여 국내 고객과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식입니다.


Q4. 로고 디자인뿐 아니라 네이밍까지 함께 다뤘는데, 네이밍 전략은 어떻게 잡았나요?

앞서 말했듯 연백딸기모찌라는 기존 이름에는 제품군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한글 발음을 그대로 옮긴 'Yeonbaek'이란 영문 표기 방식도 해외 소비자가 더욱 쉽게 읽고 발음할 수 있도록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백1227이라는 독립적인 브랜드 네임을 새롭게 개발했고, 영문 표기도 'Yonbek'으로 간결하게 단축해 다양한 언어 환경에서도 일관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브랜드명에 포함된 숫자 1227은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반복된 1,227번의 반죽과 노력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닌 브랜드가 축적해 온 시간과 정성,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핵심 브랜드 자산으로 정의했으며, 제품을 넘어 브랜드 철학 자체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1227은 언제나 브랜드명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요소로 설정했습니다. 브랜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Yonbek이며, 1227은 그 뒤에 있는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픽적으로도 항상 보조적인 위치에 배치하여 로고와 함께 사용하되, 브랜드명을 대신할 정도로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도록 했습니다. 사람들은 Yonbek이라는 이름을 먼저 기억하고, 1227을 통해 그 브랜드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연백1227 그래픽 디자인 활용 사례 (제공: 듀당스)
연백1227 그래픽 디자인 활용 사례 (제공: 듀당스)

Q5. 핵심 그래픽 모티프로 쓰인 연꽃, 민화, 전통 문양 등 한국적인 요소를 어떻게 디자인에 녹여냈는지도 궁금하네요.

저희는 한국의 전통 그래픽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민화가 가진 강렬한 색감과 장식성, 그리고 화면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운 분위기에 더 주목했어요.

대표적인 예가 연꽃입니다. '연백'의 첫 글자인 '연'은 연꽃을 뜻하는 한자 '연(蓮)'과 같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원은 다르지만, 이런 언어적인 우연이 브랜드를 풀어가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연꽃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연백만의 연꽃을 새롭게 만들고 싶었어요. 꽃잎 하나하나는 딸기의 실루엣을 바탕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처음 보면 연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딸기의 형태가 숨어 있죠. 이 조형을 개별 모찌 포장재의 구조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연백1227 개별 모찌 패키지 (제공: 듀당스)
연백1227 개별 모찌 패키지 (제공: 듀당스)

Q6. 럭셔리 K-뷰티 무드가 느껴지는 패키지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디자인되었나요?

패키지를 단순히 제품을 담는 역할을 넘어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로 정의했습니다. 선물용 프리미엄 디저트의 인상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 판매용 패키지와 프리미엄 기프트 박스를 체계적으로 구분하면서도, 브랜드 경험이 일상적인 구매부터 선물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연꽃 모티프의 개별 패키지는 수많은 스케치와 길이, 형태를 직접 테스트하고 손으로 잘라보는 폭넓은 탐구의 결과로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각 모찌의 맛에 따라 배정된 포인트 컬러와 연백1227 시그니처, 맛 이름, 번호가 들어가 하나의 모찌만으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전달됩니다.

연백1227 아이스 모찌 패키지 (제공: 듀당스)
연백1227 아이스 모찌 패키지 (제공: 듀당스)

또한 프리미엄 9구 박스는 비코팅 백색지 위에 동양 민화기법의 그래픽을 형압과 은박으로 표현해 조금 더 고급스럽고 절제된 느낌으로 만들었고, 글로벌 시장을 위해 처음 개발된 아이스 모찌 박스는 화려한 패턴 그래픽과 금박을 더해 프리미엄 인상을 한층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연백1227 팝업스토어 유니폼 디자인 (제공: 듀당스)
연백1227 팝업스토어 유니폼 디자인 (제공: 듀당스)

Q7. 이번 리브랜딩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는데, 어떤 작업들이 진행됐나요?

새롭게 구축된 브랜드는 지난 6월 AK플라자 분당점 팝업스토어에서 공개되었습니다. 팝업스토어 그래픽, 제품 진열, 안내물 등 오프라인 접점에서 연백1227의 시그니처와 그래픽 시스템이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스태프 유니폼도 브랜드 시스템의 일부로 확장되었습니다. 흰 셔츠와 회색 바지, 네이비와 화이트 트리밍이 들어간 레드 세일러 스카프와 레드 베레모로 구성되며, 모자에는 연백 워드마크가 단독으로 들어가고 스카프에는 딸기 모티프와 함께 전체 연백1227 시그니처를 적용했습니다.

연백1227 팝업스토어 전경 (제공: 듀당스)
연백1227 팝업스토어 전경 (제공: 듀당스)

팝업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백1227의 세계관을 공간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요소는 '연백'이라는 이름에서 출발한 쌀가마니 오브제였습니다. '새하얀 쌀가마니에 굵은 붉은 매듭이 묶여 있다면 연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죠.

실제 쌀가마니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왕겨를 직접 주문하고, 크기에 맞는 목재 파레트를 제작했으며, 원하는 형태의 매듭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묶는 방식도 직접 연구했습니다. 일정이 촉박했지만 공간 안에서도 브랜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준비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원래는 한쪽 벽면 전체를 쌀가마니로 쌓아 올려 압도적인 첫인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팝업 공간의 구조와 동선 때문에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더 큰 공간에서 꼭 한 번 완성해 보고 싶은 연출 중 하나입니다.


Q8. 연백 1227 프로젝트를 통해 듀당스가 새롭게 얻은 경험이나 인사이트가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리브랜딩이 단순히 로고나 패키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가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현실적으로 설계해 매출로 연결하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연백딸기모찌는 이미 오랜 역사와 충성 고객을 가진 브랜드였습니다. 저희의 역할은 기존 자산을 모두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기억해야 할 것은 남기고 앞으로의 확장을 막는 요소는 과감히 재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대표 제품에 머물러 있던 브랜드를 새로운 제품군과 공간, 디지털, 해외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네이밍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패키지, 그래픽, 공간까지 하나의 디자인 전략으로 연결한 것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도 유효했습니다. 새로운 맛이나 패키지가 추가될 때마다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었고, 팝업스토어와 유니폼, 안내물처럼 갑자기 필요한 제작물이 생겨도 이미 정해진 기준 안에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제작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무엇을 지키고 어디까지 변형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져, 불필요한 수정과 의사결정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연백1227 개별 모찌 패키지 (제공: 듀당스)
연백1227 개별 모찌 패키지 (제공: 듀당스)

로고에서 시작된 조형 언어가 개별 포장 구조와 기프트 박스, 유니폼, 팝업 공간까지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연백1227만의 세계관을 인식하고 반응했습니다. 꽃띠지와 스티커를 가져가고 싶다는 요청이나 굿즈 제작에 대한 반응 역시 브랜드의 작은 요소까지도 고객과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듀당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일수록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축적된 이야기를 현재의 시장에서 작동하는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좋은 리브랜딩은 브랜드를 낯설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를 더 선명하게 만들고 새로운 제품과 시장으로 확장할 때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백1227 리브랜딩은 기존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입니다. 또한 시각적 리뉴얼을 넘어 브랜드 네이밍 전략부터 전체 경험 재구성까지 다뤘다는 점과, 팝업스토어 및 오프라인 공간까지 브랜드 경험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클라이언트와 스튜디오 간의 긴밀한 신뢰와 파트너십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재 듀당스는 연백1227의 브랜드 경험을 온라인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웹사이트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꾸준히 확장될 연백1227도, 듀당스가 앞으로 선보일 또 다른 프로젝트도 함께 기대하게 만드는 흥미롭고 유익한 사례였습니다.

스튜디오 듀당스에서 연백1227 리브랜딩 프로젝트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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