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만난 웨스 앤더슨의 영화 세계, Wes Anderson: The Archives 관람기

스터디 · 경험/기록 | 2026년 07월 08일
Wes Anderson. © Searchlight Pictures. Photo Charlie Gray

각본, 미술, 음악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인 영화는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매체입니다. 레이디러너도 영화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곤 하는데요, 특유의 대칭형 화면 구성과 파스텔톤 색감 등으로 독보적인 미장센을 구축하는 감독 웨스 앤더슨의 팬이기도 합니다.

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세계와 소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 ‘Wes Anderson: The Archives’가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the Design Museum)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당초 7월 26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전시인데 8월 16일까지로 기간이 연장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시랍니다.

레이디러너가 직접 다녀온 Wes Anderson: The Archives 전시, 아래에서 함께 살펴볼게요.

디자인 뮤지엄 입구 전경
디자인 뮤지엄 입구 전경
Wes Anderson: The Archives
Wes Anderson: The Archives

런던 켄싱턴 지역에 자리한 디자인 뮤지엄은 런던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고풍스러운 내셔널 갤러리나 V&A 뮤지엄과 달리 모던한 분위기를 전합니다. 2016년에 이전 개관하면서 만들어진 10년밖에 안 된 새로운 건물이거든요.

입구에는 현재 인기 전시인 Wes Anderson: The Archives의 비주얼이 전면에 걸려있는 모습입니다. 참고로 이 전시의 그래픽과 마케팅 캠페인 디자인은 펜타그램에서 진행했는데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 등을 활용하여 구성했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과 디자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관련 케이스 스터디를 읽어 보세요.)

디자인 뮤지엄은 기본적으로 무료입장이지만 Wes Anderson: The Archives 전시는 유료 전시로, 시간대별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티켓 가격은 날짜에 따라 £23 또는 £26으로 책정되어 있고, 뮤지엄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1층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영화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 의상 및 소품
영화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 의상 및 소품
영화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의상 및 소품
영화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의상 및 소품

전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첫 작품인 바틀 로켓(Bottle Rocket)으로 시작해 최근작인 애스터로이드 시티(Asteroid City) 및 페니키안 스킴(The Phoenician Scheme)으로 끝나는 하나의 연대기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영화마다 실제로 사용된 의상과 소품, 작업 과정에서 이루어진 스케치 등을 모두 감상할 수 있어요. 구역마다 해당 영화가 짤막하게 재생되고 있어 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관객이어도 영화 속에서 소품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친절한 구성이었습니다.

영화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에 쓰인 책 표지 디자인 스케치
영화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 속 책 표지 디자인 스케치
영화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 스토리보드 스케치
영화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 스토리보드 스케치

영화 디자인에 쓰인 스케치나,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집요함이 느껴지는 디테일한 스토리 보드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특히 오른쪽의 스토리보드는 사진으로 보면 커다란 노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작은 노트에 깨알같이 그려낸 것이고, 이보다 더 작은 수첩에 그린 스토리보드도 있었답니다.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 속 열차 식당칸 스케치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 속 열차 식당칸 스케치

영화 속 장면을 구성한 스케치에서 재밌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위의 스케치는 언뜻 보면 전체가 수작업인 드로잉으로 보이지만 의자나 샹들리에 같은 요소는 이미지를 합성한 형태랍니다. 작은 이미지를 확대해서 넣느라 깨진 비트맵 픽셀이 보이기도 했어요. 장면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스케치이다 보니 빠르게 머릿속 세계를 시각화하는 현실적인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었네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컨셉 아트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컨셉 아트

레이디러너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팬이 된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의 컨셉 아트를 직접 보게된 것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해 온 칼 스프레이그(Carl Sprague)의 작품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및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의 컨셉 일러스트레이션,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의 미술 감독 등을 맡았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좋았던 부분은 웨스 앤더슨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정보까지 함께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영화의 미장센은 최종 결정권자인 감독의 미적 감각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현실화해 주는 인물들이 꼭 필요하다는 걸 더 크게 느끼게 된 계기였어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미니어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미니어처

레이디러너에게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나 마찬가지였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미니어쳐입니다. 위의 컨셉 아트와 비교해 보면 아주 놀랍도록 똑같이 구현되어 있어요. 실제로 보면 그 디테일이 정말 놀라운데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속 디너 메뉴 디자인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메뉴 디자인
영화 페니키안 스킴(The Phoenician Scheme) 소품
영화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속 가상의 책 디자인
영화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속 가상의 책 디자인

영화에 실제로 쓰인 소품을 보는 것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특히 레이디러너는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감상하다 보니 자세히 뜯어볼 지점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짜 신문, 책, 메뉴판 등 타이포그래피 요소나 일러스트레이션을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가 공통적으로 갖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속에서도 각 영화의 배경과 성격에 따라 소품의 디테일이 달라지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소품
영화 속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표지 디자인
영화 속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표지 디자인

특히 즐거웠던 곳은 가상의 잡지사를 배경으로 한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구역으로, 실제 잡지인 뉴요커(The New Yorker)의 커버 디자인이 연상되는 고정 타이틀 디자인과 영역, 일러스트레이션 조합의 가상의 잡지 표지 디자인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잡지가 아닌 영화 소품임에도 그 자체로 매력적인 아트웍으로, 미술팀의 뛰어난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Asteroid City) 속 자판기 디자인

전시의 말미에는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등장하는 자판기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레트로풍 디자인이 결합되어 자판기가 모여있는 모습만으로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즐거움이 느껴졌어요.

퇴장로 옆에는 바틀 로켓을 비롯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단편 영화를 상영해 주는 구역도 있고, 퇴장하고 이어지는 굿즈샵에서는 영화 속 디자인이 반영된 다양한 기념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레이디러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등장하는 베이커리 멘들스(Mendl's)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마그넷을 데려왔답니다!

디자인 뮤지엄 내부
디자인 뮤지엄 내부
디자인 뮤지엄 상설 전시 일부
디자인 뮤지엄 상설 전시 일부

한편 디자인 뮤지엄은 Wes Anderson: The Archives 전시 외에도 타 전시 및 무료로 볼 수 있는 상설 전시도 운영 중인데요, 디자인 뮤지엄 공간 자체도 훌륭한 데다 전 세계 디자인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무료 상설 전시의 구성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진과 글로 남기는 후기에는 레이디러너가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의 절반조차 담지 못해 아쉽지만, 접하기 쉽지 않은 해외 전시 현장이니 작은 후기나마 여러분에게 영감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뮤지엄에서 Wes Anderson: The Archives 전시 정보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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