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 쌓은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선택
지난 8월 31일, 삼성물산에서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의 새로운 BI와 브랜드 체계를 발표했어요. 이번 리뉴얼은 직전 BI 변경 이후 5년 만의 변화로, 고유성과 품격, 정제라는 3가지 핵심 가치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번 리뉴얼에서는 화려함 대신 주거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데요. BI 디자인 역시 고유성은 유지하되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어 ‘남길 것만 남긴’ 모습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전 디자인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왜 그렇게 바꾸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볼게요.
Before: 현대화가 핵심이었던 14년 만의 리뉴얼

이번 리뉴얼 직전의 래미안 BI는 당시 기준 14년 만의 리뉴얼이었어요. 2000년에 출범했던 래미안의 첫 BI 디자인은 2003년에 한 차례 컬러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고, 2007년에 이를 다듬고 재정립한 후로 오랜 시간 동안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어요.
14년 만에 달라진 2021년 버전은 래미안 그린과 래미안 그레이로 불리는 청록색과 회색 조합 및 3선 심볼은 유지하되, 심볼 속 입체감과 한자 표기를 생략하여 현대화된 모습이었습니다. 한글과 한자 표기 대신 RAEMIAN이라는 영문 워드마크까지 추가되었고요.
After: 5년 만의 더 과감한 변화
14년 만에 달라졌던 2021년 버전에 비하면 2026년의 리뉴얼은 5년 만의 변화로, 비교적 빠른 선택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BI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절제된 컬러예요. 오랜 시간 동안 래미안의 이미지를 담당해 온 청록색과 회색 조합 대신 블랙과 화이트를 선택했습니다.
3선 심볼의 형태도 달라졌어요. 좁고 높게 솟은 아파트 단지가 연상되던 이전 형태와는 달리 높이도 대폭 낮아졌고, 요소 간의 간격도 넓어졌습니다. 마침 래미안의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이 'From Height to Depth(높이에서 깊이로)'라는데요, 이러한 의도가 심볼의 조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영문 워드마크의 서체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부드럽게 흐르는 인상을 주었던 이전 버전과 달리, 새로운 디자인에서는 더 분명하고 단단한 획 표현과 좁게 짜여진 자간으로 보다 견고하게 정리된 모습입니다.

또한 한글과 한자 버전도 더해 총 3종의 워드마크를 개발했다고 해요. 한국 브랜드가 영문으로만 표기될 때 느껴지는 아쉬움과, '來美安'이라는 독특한 한자 기반 브랜드명이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을 모두 해소해 주는 반가운 선택이네요.
이 변화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
2021년과 2026년 리뉴얼 모두 '덜어내기'가 핵심이었지만 대상은 달랐어요. 2021년에는 현대화를 지향하며 복잡함을 덜어낸 작업이었고, 2026년에는 무엇이 정말 래미안다운 것인지를 다시 골라내어 더욱 단순화한 작업입니다.
이 두 번째 덜어내기 작업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것이 바로 3선 심볼로, 래미안은 이것만으로도 브랜드 정체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래미안이 20년 넘게 3선이라는 일정한 형태를 심볼로써 일관되게 사용함으로써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쌓아온 덕분이죠.
이러한 단순화는 브랜드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굳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여야 효과가 있고, 화려한 색상 대신 절제된 블랙&화이트 조합이 주는 무게감이 있거든요.
삼성물산에서는 새로운 래미안의 브랜드 지향점이 물질적 가치 대신 삶의 질적 가치에 더 집중한다고 설명하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이 절제된 디자인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가 한층 더 강화된 인상도 드네요.
한편, 래미안의 새로운 BI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트리니원을 시작으로 신규 단지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해요. 앞으로 실제 건물 외벽과 각종 디지털 환경에서 이 단순화된 BI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도 함께 지켜볼 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