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 앱 통합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콘이 공개되었습니다. 기존 아이콘과 전반적으로 유사하면서도 단순해진 모습이 확인되었는데요, 10월이 되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 새로운 아이콘 디자인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주었습니다.
코파일럿의 새 아이콘은 얼핏 보면 많은 리브랜딩 사례에서 관찰되는 흔한 ‘로고 단순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니,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AI라는 새로운 제품을 브랜드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 의식이 보이더라고요.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디자인 스튜디오 COLLINS와 Koto도 참여했습니다. 여러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재탄생시킨 만큼 코파일럿 아이콘과 브랜드 디자인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아래에서 핵심에만 집중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할게요.
Before: 그라데이션과 리본이 중심에 있었던 디자인

2023년 3월에 코파일럿이 최초 공개되었을 당시의 아이콘은 푸른 그라데이션 리본으로 이루어진 육각형 형태였습니다. 당시 코파일럿은 하나의 AI 브랜드라기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제품에 결합되는 업무용 AI였고, 디자인의 큰 목적 중 하나는 그 생태계 안에서 'AI'가 활성화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해요.
이후 2023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을 하나의 큰 경험으로 통합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아이콘을 공개했는데요, 이것이 지난 3년가량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멀티컬러 그라데이션 리본 아이콘입니다.
🤔 왜 바꿔야 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아이콘을 사용하면서 일관성 문제를 발견했다고 해요. 코파일럿이 더 많은 제품과 환경으로 확대되면서 아이콘이 다양한 곳에 쓰였는데, 발견되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 의식은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어요. 사용자가 코파일럿을 사용하는 도중, 코파일럿 내부에서는 여러 과정이 일어나지만 아이콘은 정지된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었어요. 코파일럿의 아이콘은 브랜드 식별과 통합을 위한 역할은 수행하고 있었지만, 현재 상태를 표현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After: 그라데이션은 유지하고, 형태는 단순하게
💫 모션을 전제로 한 디자인
아이콘이 특정한 상태를 표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선택된 답은 모션이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에서 코파일럿의 아이콘은 '움직일 수 있어야' 했고, 움직이는 동안이나 형태가 바뀌는 중에도 코파일럿의 아이콘으로 계속 인식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어요. 따라서, 기존 로고에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션을 전제로 한 디자인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기본 형태는 마이크로소프트다운 '스퀘어'
기존의 리본형 아이콘은 구조가 다소 복잡했기에 모션을 더해서 확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형태가 단순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변형하기 쉬운 모양을 선택해야 했던거죠.
새로운 디자인의 기본 형태는 스퀘어로 선정되었습니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다운' 형태적 자산이었거든요. 2개의 스퀘어는 독립적으로 떨어져 기능하면서도, 겹쳐지면 코파일럿의 실루엣을 형성하는 모습으로 활용되었습니다.
COLLINS는 이것을 'atomic particles'라고 설명해요. 가장 기본적인 구성단위로, 다양한 상황에서 분리, 이동, 재결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재료라는 것이죠.
🎨 '코파일럿'이라는 인식을 위해 남긴 그라데이션
형태는 확연히 단순해졌지만, 유지된 것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유지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단순해진 형태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따로 떼어놓고 볼 때는 괜찮더라도, 전체 아이덴티티 시스템 안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고 하네요.
최종적으로는 기존 코파일럿의 아이덴티티 연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멀티컬러 그라데이션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색상을 담는 그릇인 형태가 달라졌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비슷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에 코파일럿임을 그대로 인식할 수 있어요.

🧑⚖️ 코파일럿 디자인이 보여주는 AI 시대 브랜드의 'Constitution'
COLLINS는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An AI-era brand needs a constitution'라는 말을 썼어요. AI 브랜드에는 헌법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constitution'이라는 다소 단호한 표현을 쓴 점이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어떤 의미로 한 말일까요? COLLINS가 던진 출발점은 'AI 시대를 위한 브랜드를 어떻게 만드는가?'였습니다. 이전에는 브랜드 디자인을 할 때 적용 범위나 환경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었어요. 특정한 상황에서의 로고 사용 방식이나 금기 사항 등을 미리 규정해서 안내하는 형태였죠.
하지만 AI 시대에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전제가 깨진다고 보았다고 해요. AI 브랜드가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활용될지 모두 예상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고 본 거죠.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한 '행동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constitution, 헌법이라는 말로 표현한 거죠.
앞서 코파일럿의 아이콘이 2개의 스퀘어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atomic particles'라는 표현을 언급했는데요, 앞으로는 이렇듯 가장 작은 단위의 핵심 요소를 선정하고 설계하는 것에 주목해 보면 좋겠네요.
무심코 지나쳤다면 그저 '단순화했네'라고 넘어갔을 법한 코파일럿의 새로운 아이콘. 그 뒤에 이런 깊은 고민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마이크로소프트와 COLLINS에서 남긴 글을 직접 읽어보며 더 자세한 이야기도 알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