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과 맥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
월간 디자인 전 편집장 김신의 디자인 신간, 디자인 뮤지엄을 읽고 감상을 남겨 봅니다.
여러분은 디자인 뮤지엄이라는 제목과 디자인으로 읽는 인간 욕망의 역사라는 부제를 보면 어떤 내용이 기대되시나요? 이 책은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필요로 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역사책입니다.
내용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인간에게 집이 왜 필요했는지, 그 공간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났는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한계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등을 하나씩 배워가게 돼요. 집이라는 공간 자체뿐만 아니라, 가구나 도구의 역사도 같은 방식으로 소개됩니다.
💡 필요에 의해 발명되어 진화하는 디자인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익숙하고 당연하게 사용하는 모든 것에 '발명'이라는 이벤트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대를 거듭하며 진화하고 달라지며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어요.
우리는 평범한 숟가락이나 포크를 보고 '디자인되었다'고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 모양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그냥 원래 그런 모습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이 책에서는 포크라는 도구가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2갈래였다가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4갈래 형태로 진화하게 된 배경과 맥락도 설명하고 있어요.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라도 모두 탄생 배경이 있으며, 지금의 형태로 진화가 이루어진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디자이너로서 이 책에 주목할 부분이라고 느꼈답니다.
📐 해결책과 접근법에 따라 다양해지는 디자인
우리는 종종 디자인이란 '예쁘게 꾸미는 것'이라는 오해를 직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인 우리는 멋지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도구와 기술의 탄생-진화 과정을 보면 1차적 필요나 불편에 의해 시작됩니다. 일단 문제부터 해결하고 봐야 하는 것이죠.
책에서 본 예시 중에서는 '조명'이 기억에 남아요. 전기 발명 이전의 인류는 심지에 불을 붙여 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어둠을 밝혔습니다. 연료가 기름일 때는 기름을 붓기 쉽도록 투입구를 디자인해야 했고, 양초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초를 세울 촛대를 만들어야 했어요. 환한 전기가 발명된 후에는 빛을 적당히 조절하기 위해 조명 갓도 개발합니다.
이렇게 1차적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고 나면 일정한 공식 안에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납니다. 왕족이나 귀족의 권위를 보여줄 화려한 장식이 추가되기도 하고,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다른 재료가 쓰일 수도 있고요. 자본주의적 상업화가 이뤄진 후에는 개개인의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더 다양한 디자인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 모든 디자인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세상 참 좋아졌다'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디자인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는 이해하게 되고요.
그런데 우리가 디자이너로서 이 책을 보고 더 의미 있게 성장하려면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이해를 넘어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있어요. 바로 우리가 하는 디자인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곤 해요. 특히 어느 정도 패턴화된 디자인 공식이 있는 분야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 그대로 해야지'라거나, '남들도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지'같은 생각,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요?
재밌는 지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습관적으로 선택하던 디자인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소위 말하는 '국룰'이 왜 생겼는지가 괜히 궁금해져요. 그 이유를 스스로 파헤쳐 보거나, 우리가 만드는 디자인 선택에도 충분한 이유가 담겼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더욱 깊이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디자인 뮤지엄은 지금 읽으신 레이디러너의 아티클처럼 해요체와 합니다체가 섞인 가벼운 문체로 쓰여있어요. 역사라는 주제지만 결코 어렵지 않고, 다루는 내용 하나하나가 흥미로워서 아주 재밌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내용이 방대한 만큼 책이 좀 두껍고 무겁긴 해요. 자세한 내용은 출판사인 북트리거의 소개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