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다음이 로고와 앱 아이콘 디자인을 리뉴얼 했어요. 지난해 말, 11년 만에 카카오에서 분리된 독자적인 경영 체계로 새출발을 알린 후 이에 맞춰 디자인에도 변화를 준 모습입니다.
다만 다음의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이용자가 많은 다음 카페 앱 아이콘이 변경되자 이 소식이 곧장 화두에 올랐습니다. 새로운 앱 아이콘이 어색하다는 의견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주를 이뤘어요. 레이디러너 역시 새로운 앱 아이콘을 보고 의문점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감상으로만 지나치기에는 살펴볼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앱 아이콘을 처음 봤을 때 바로 든 생각이 ‘컬러가 제미나이같다’였는데, 왜 그렇게 느꼈을까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다음이 선택한 새로운 컬러 조합이 구글과 유사하다는 점이 발견되었거든요.
이것을 계기로, 리뉴얼된 다음의 로고와 앱 아이콘 디자인 속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그들의 고민 지점과, 브랜딩 디자인이 왜 이토록 어려운 프로젝트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아래에서 하나씩 함께 살펴볼게요.
다음 로고 리뉴얼의 맥락

다음은 이미 한차례 로고 리뉴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10년 넘게 사용되었던 기존 4색 로고를 딥 블루 한가지 색상으로 단순화했거든요.
✔️ 2025년 디자인 개편 당시, 다음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 이용자가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플랫폼에서 불필요한 색상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 기존 로고는 4가지 색상이 섞여 있고 높낮이가 달라 복잡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었다.
- 밝기 차이로 인해 배경색에 따라 로고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모두 문제점 자체는 납득되는 이유입니다만, 딥 블루를 선택하면서 다음이 갖고 있던 고유한 개성을 잃음과 동시에 지나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주고 말았습니다.
✔️ 1년 후 2026년, 다음은 다시 한번 디자인을 재정비하며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 딥블루 단색 컬러에 대한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귀 기울였다.
- 다만 과거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익숙함은 지키되 더 또렷하고 단정하게 정리했다.
좋습니다! 사용자의 의견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고, 원래의 가치를 다시 살리면서 새롭게 다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의문점이 들까요?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구글과 너무 비슷하다

글의 서두에서 레이디러너가 리뉴얼된 다음 카페 앱 아이콘을 보고 구글 제미나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는데요, 다음과 구글은 4색 그라데이션을 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구글 서비스의 아이콘 사이에 다음 로고를 끼워 넣으면 마치 한 가족처럼 보이는 난감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다음이 이를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닐 겁니다! 4가지 컬러는 2000년대부터 갖고 있었던 다음의 고유한 개성이고, 그라데이션은 오히려 구글이 최근 들어서 새롭게 반영하고 있는 속성입니다.

구글이 분리된 4색 로고를 그라데이션으로 업데이트한 건 당장 작년인 2025년의 일입니다. 이때 제미나이도 기존 블루 위주 컬러에서 구글 4색이 반영된 컬러로 변경되었고요.
그러니까, 다음은 원래의 디자인에서 색상만 조절했을 뿐인데 하필이면 구글과 지나치게 유사해진 상황입니다.

위는 구글의 4색과 다음의 4색 전후를 컬러 칩으로만 비교한 모습입니다. 이전의 다음 4색은 비교적 밝기가 높고 차분한 톤이었고, 변경된 다음 4색은 보다 또렷하고 선명한 톤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다음이 의도했던 대로죠. 다만 전에 비해 구글 4색과 상당히 유사해졌다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4색 중 그린 컬러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옐로우에 훨씬 가까웠던 색상이 블루를 가득 품으면서 다음이 갖고 있던 고유 인상이 확 달라져 버린 것이죠. 스포이드로 찍어보면 구글 그린은 RGB 값이 52, 168, 83이고 새로운 다음 그린은 24, 187, 104로 구글보다도 훨씬 푸른 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레이디러너가 분석한 2026 그린 컬러 트렌드에서도 브랜드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결정하는 지점이 블루 값이었다고 소개했었는데요, 주로 현대적이거나 기술적인 성격을 가진 브랜드들이 블루 값이 높은 그린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다음도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색상을 조정했을 거라고 봅니다.
유사성이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와 서비스 차별화 문제다

궁극적으로 레이디러너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의 새 로고가 구글과 너무 비슷하다!가 아닌, 다음의 브랜드와 서비스가 가져야 할 차별화 문제입니다.
애초에 다음의 로고 리뉴얼에 대해 논하게 된 이유가 다음 카페 앱 아이콘이었다는 점 기억하시나요? 4색 그라데이션 배경에 흰색 아이콘을 얹은 문법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이 디자인 문법이 모든 서비스에 걸쳐 동일하게 적용되니 진짜 문제가 드러납니다.
각각 다음 메일, 사전, 카페로 완전히 다른 서비스인데 앱 아이콘이 서로 너무 유사하지요? 4색 그라데이션 배경의 힘이 강해서 흰색 개별 아이콘이 충분한 분별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은 다음의 운영사인 에이엑스지 산하의 서비스에 통일성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에이엑스지 소유의 앱은 다음, 메일, 사전, 카페, 티스토리 이렇게 5가지인데요, 티스토리는 아직 앱 아이콘이 업데이트되지 않았지만 다음 포털의 전체 서비스 메뉴를 보면 동일한 방식으로 아이콘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아이콘에 동일한 디자인 문법을 적용하는 것만이 통일성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또 다른 국내 포털인 네이버의 경우를 볼까요? 네이버는 오히려 메인 포털 앱에 주 컬러인 그린을 배경색으로 썼고, 개별 서비스에는 흰 배경 위에 그린 위주로 디자인된 아이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이버에서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했거나 비교적 근래에 새롭게 출시한 서비스 아이콘을 보면 네이버의 그린이라는 큰 스펙트럼 안에서 개별 서비스마다 확연히 다른 개성을 부여한 점이 보입니다. 특히 블랙을 배경으로 쓰는 경우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띄네요.
네이버의 브랜딩 문법은 크게 통일성은 색상으로, 차별성은 로고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배경색은 개성을 가져가기보다 로고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방식이 꼭 정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다음의 선택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다 보니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레이디러너는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디자인이지만 그 선택의 과정을 유추해 보면 이래서 브랜딩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고민 지점이 이해되지만, 그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면에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네요.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그만큼 브랜딩 디자인이 많은 고민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다음이 카카오에서 분리된 시점과 디자인이 리뉴얼된 시점의 기간 차이를 보면 깊이 있는 브랜딩을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봐요.
아쉬운 새출발이지만,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