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디러너 브랜딩 & 디자인 비하인드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에는 정성껏 마련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키 비주얼 및 콘텐츠 디자인을 다뤄보려고 해요. 일관되거나 엄격한 가이드라인보다는 큰 틀 안에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만큼 글의 끝에는 에필로그도 남겨 보았습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던 이 브랜딩 여정의 기록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키 비주얼: 디자인 탐정처럼

로고만으로는 브랜드의 무드를 온전히 전할 수 없습니다. 로고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담는다면, 키 비주얼은 보다 직관적으로 브랜드의 성격을 나타내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레이디러너의 키 비주얼은 핵심 활동인 디자인 리서치를 나타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리서치를 직관적인 비주얼로 표현하려고 보니, 가장 쉽게 바로 떠오르는 모습은 그래프나 차트가 포함된 데이터 분석 형태였어요. 마케팅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대시보드 스타일인데, 레이디러너의 성격에는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라 쉬운 길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로고 심볼 디자인을 하면서 배운 사고방식을 한 번 더 활용해 보기로 하고 제가 연구하는 방식의 본질을 정의해보니 찾고, 모으고, 분석하는 등의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결국 스크랩과 분류로 시작되는데, 문득 이게 수사의 성격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건 해결을 위해 형사나 탐정이 증거와 단서를 모으는 수사 보드의 비주얼로 연결하니 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걸 레이디러너의 톤앤매너로 보여주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최고의 디자인 수배 전단, 트렌드 스타일을 밝혀냈다는 신문 페이지, 디자인 연구에 대한 고민이 담긴 포스트잇 등을 레이디러너의 톤앤매너로 만들어 배치하고 연결하니 상상한 모습의 키 비주얼이 만들어졌습니다. 사건 수사 보드의 형식이지만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고, 흥미롭고 즐거운 인상을 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주 컬러인 핑크 대신 블루를 배경색으로 사용해 시각적 환기를 의도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핑크와 레드로만 뒤덮이는 건 피하고 싶었거든요. 보조색으로서의 블루의 역할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습니다. 포스트잇은 브랜드 컬러에 얽매이기보다 가장 보편적인 인식의 옐로우를 사용해 해당 요소의 성격을 빠르게 전하고자 했어요.
포스터나 신문 등 여러 요소에는 로고에 쓰인 Gelica 폰트를 메인으로 사용하되 다른 폰트도 적절히 섞어서 사용했어요. 랜덤으로 수집한 요소가 모두 똑같아 보이는 것도 어색할 테니까요. 큰 틀에서 일관성을 갖추되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보드 속 요소에 레이디러너 로고 심볼과 마스코트를 포함해 키 비주얼만으로도 레이디러너의 정체성이 인식될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단계의 브랜드이니 인식에 있어서 확실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이 키 비주얼은 개별 요소를 재배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떤 크기나 비율에도 대응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각종 SNS 헤더를 만들 때도 사이즈 문제가 없고, 요소를 새롭게 추가하면 다른 성격의 콘텐츠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베리에이션 방식도 키 비주얼을 기획할 때 고려할 만한 부분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네요.
콘텐츠 디자인: 논문보다 필기 노트에 가까운 리서치 세계관

브랜딩과 웹사이트 개발까지 완료하고 나니 이제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였습니다. 2026년 1월 1일 정식 오픈을 하면서 공개한 첫 번째 아티클은 2026 디자인 트렌드 종합 분석이었는데요, 레이디러너의 시그니처 콘텐츠 유형인 만큼 썸네일과 SNS에 활용될 확고한 콘텐츠 디자인이 필요했어요.
연구/분석 리포트의 느낌을 주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전할 수 있을 방법을 찾다가, 손으로 노트에 쓴 타이틀이라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다 자유분방한 필체를 위해 메인 폰트인 Gelica의 이탤릭 버전을 선택했고, 색연필 질감과 손그림 장식 요소를 사용해 정제된 디자인이 아닌 필기 노트 무드를 살렸답니다.


이후 다른 연구/분석 아티클 썸네일에도 동일한 디자인 공식을 가져갔어요. 노트 백그라운드, 색연필 질감 텍스트, 손그림 스타일 장식 요소에 일정한 각도 조합이면 다른 컬러가 들어오거나 변화가 생겨도 동일한 무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노트 백그라운드가 어울리지 않거나 기존 스타일 조합을 사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요, 이 경우에는 특유의 각도 설정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변수를 다루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핵심 문법을 살려 준다면 다양한 상황에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연구/분석 아티클같은 레이디러너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아닌 경우에는 보다 유연하고 실험적으로 콘텐츠 디자인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1.0 버전에서 시작해서 1.1, 1.2로 차근차근 업그레이드해 가면서 언젠가 오게 될 2.0 버전의 브랜딩에 이르게 될 거라는 생각이에요.
에필로그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마련한 브랜딩이지만 그 여정이 간단하지는 않았어요.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부터,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다듬어가며 싸우느라 고단한 시간을 보냈네요.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100점 만점은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웹사이트 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면서 고안한 브랜딩으로는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요.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의도는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배운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한편으로는 이 브랜딩을 문제를 발생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여기고 있어요. 처음부터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도 없고, 이 결과물로 얻은 경험이 쌓여야 더 고도화된 브랜딩과 비주얼 시스템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지난 세 달간의 경험으로 여러 이슈를 발견했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레이디러너라는 이름 그 자체에 걸맞는 시간이었다고 느껴요. 긴 글, 긴 시리즈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모든 고민의 흔적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라며, 이곳에서의 경험이 항상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학습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