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디자이너 독자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셨을 레이디러너 로고 심볼 디자인 과정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브랜드 정체성 정의나 톤앤매너 설계 단계에서는 개념적인 측면이 컸는데요, 이번에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적인 부분을 다룹니다.
기존 로고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맥락부터, 최종 그래픽 작업에서 마주한 고민 지점까지 모두 얘기해 볼게요. 로고 디자인 프로세스 참고 자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레이디러너 로고 심볼 디자인 과정
- 기존 로고에서 발견한 의문점과 개선점
-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핵심 가치 정의
- ‘읽고, 생각하고, 얻는다’라는 개념의 시각화
- 최종 로고 심볼 & 타입 디자인 과정
1. 기존 로고에서 발견한 의문점과 개선점

초창기 취미 계정 시절에는 별도의 로고 디자인 없이 회화 작품을 골라서 프로필 이미지로 썼어요. 공부하는 여성이 있는 그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소녀'를 선정해서 사용했습니다.
이후 디자인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 로고를 디자인하게 됩니다. 그림 속 소녀의 옆모습을 심플한 라인으로 그려내고, 기왕이면 더 당당한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얼굴 각도와 시선을 높이기도 했어요.
여기에 학습을 의미하면서도 책 읽는 소녀라는 그림의 주제를 살리기 위해 펼쳐진 책을 소녀의 옷깃처럼 표현해서 하단을 받쳐주었습니다. 전체적인 형태는 편지 실링 왁스 또는 엠블럼 느낌을 내는 원형 구조로 구성했고요.
그런데 웹사이트를 준비하면서 로고에 의문점이 들었어요. 로고가 갖고 있는 의미는 이름에 충실하긴 한데,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라는 정의에 어울리는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또한 여성 인물의 모습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점도 신경 쓰였습니다. 이름이 레이디러너이긴 하지만 이미지를 그 안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레이디는 여성이기에 가져가는 호칭일 뿐, 핵심은 러너, 즉 학습자라는 의미에 있었으니까요.
2.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핵심 가치 정의
로고 디자인을 하면 흔히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있어요. 로고에 모든 의미를 담으려 하거나, 반대로 단편적인 개념밖에 담지 못하는 겁니다. 전자의 경우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려 로고의 상징성과 메시지가 약해질 수 있고, 후자의 경우 브랜드가 가지는 일부 가치만 담아내어 향후 확장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로고에 담겠다는 생각부터 접었어요. 브랜드의 주제를 로고에 담을 경우에는 형태가 상당히 직관적이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디자인은 너무나 추상적인 개념이죠.
그리고 '레이디러너가 생각하는 배움이란 무엇인가'로 질문의 범위를 좁혔어요. 바로 이 지점에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레이디러너가 디자인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정의하게 되었거든요. 저에게는 이게 배움이고 학습이니까요.

레이디러너가 정의한 배움이란 '읽고, 생각하고, 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읽기란 전통적인 학습 형태의 독서도 될 수 있고, '행간을 읽는다'처럼 표현되는 파악의 의미도 될 수 있습니다. 생각은 스스로 하는 학습 과정의 핵심 단계로서 빠질 수가 없고, 얻는다는 개념은 통찰을 얻거나 지식을 습득한다는 의미로 쓰였어요.
3. '읽고, 생각하고, 얻는다'라는 개념의 시각화

이 결론에 도달하기 전, 아이디어 구상 초기에는 '끊임없는 학습'이라는 주제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라인 형태에 집중했었어요. 부드러움, 유연함, 연속성, 무한함 등의 긍정적 키워드를 담을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배움, 학습이라는 핵심 가치와의 연결 고리가 약하게 느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아이디어는 없었습니다. 초기 스케치 당시에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면서 등장했던 개념들이 최종 로고 심볼 디자인에 활용되었거든요.
레이디러너는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 중 우연히 나타난 재미있는 형태를 발견했어요. 선을 자유롭게 그려나가다가 나타난 구름 같은 모양은 생각 풍선처럼 보였고, 기존 로고 속 펼쳐진 책 형태와 유사하면서도 장식용 라인 같은 모양도 있었거든요.

읽기를 의미하는 책을 아래에 두고, 그 위에서 피어나는 생각을 생각 풍선으로 그리니 꽃처럼 보이는 모습이 나타났어요. 여기에 얻는다는 의미로 플러스 사인을 가운데 그렸더니 모든 핵심 가치가 담긴 꽃 모양이 그려졌어요. 배움으로 피어난 꽃이라니, 아주 아름다운 의미가 완성되었죠!
남은 일은 이렇게 그려진 스케치를 제대로 된 심볼로 디자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4. 최종 로고 심볼 & 타입 디자인 과정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고, 브랜드 색상까지 입혀서 보니 한가지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플러스 형태와 레드 컬러가 합쳐지니 적십자 또는 의약 계열의 인상이 들더라고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 인상이 지워지지 않아서 대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플러스 형태를 유지하되 가운데 부분만 구멍을 뚫어 적십자 인상을 해소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 효과가 크지 않았어요. 조금 변형해서 X를 그어 플러스 형태를 분리하니 적십자 인상이 줄어들면서도 좀 더 꽃 모양답게 개선이 되었습니다.
또한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는 획 끝을 둥글게 두었는데, 또렷하고 선명한 인상을 주기 위해 획 끝과 모서리를 보다 날카롭게 조정했습니다. 무게감과 균형을 고려해 전체적인 크기, 비율, 두께까지 다듬어 완성되었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심볼은 Learning Bloom이란 별칭을 붙여주었습니다.

완성된 심볼은 레이디러너의 핵심 가치를 고스란히 품고 있지만 즐거움이나 편안함이라는 톤앤매너까지 담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는데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스코트 버전을 추가로 만들어 친근한 인상을 부여했습니다. 로고가 '얼굴'처럼 쓰이는 경우에 활용하고 있는데, 없었다면 정말 아쉬웠을 거라고 봐요.
여기에 심볼과 함께 쓰일 로고 타입도 필요했습니다. 레이디러너라는 이름에서 오는 한 가지 장애물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러너라는 말이 Runner의 의미로 쓰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의미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Learner가 표기된 영문 로고 타입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로고 타입을 위한 폰트를 고르는 작업도 까다로웠습니다. 세리프도 산세리프도 아닌 중간 성격에 있는 폰트를 찾고 싶었거든요. 현대 디지털 환경에서 산세리프가 아닌 다른 유형을 고른다는 것 자체도 모험이었는데요, 훗날 리뉴얼을 하더라도 시작부터 너무 뻔하고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최종 선정된 폰트 Gelica는 'A friendly soft serif'라고 소개됩니다. 친근한 느낌을 주고자 한 레이디러너의 톤앤매너에 어울리면서도, 획의 대비나 장식이 강하지 않아 세리프 특유의 진지하고 고전적인 이미지를 피할 수 있었어요. 최종 디자인에서는 폰트를 그대로 쓰지 않고 디테일과 자간 조정이 약간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글로 써두고 보니 단계별로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앞서 소개했던 브랜드 정의, 톤앤매너 설계, 심지어 웹사이트 제작까지 모두 동시에 하면서 이뤄진 일입니다. 전혀 선형적이지 않았고, 자료 조사부터 최종 아이디어 초안에 이르기까지 한 달이 넘도록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레이디러너의 주 분야가 브랜드 디자인이 아니었기에 더 어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좋은 케이스 스터디를 찾아다니면서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 디벨롭 방식을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그들의 지혜를 최대한 따르면서도 저다운 발상과 표현을 해내기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했네요.
다음 편에서는 브랜드의 키 비주얼과 콘텐츠 디자인을 다뤄보겠습니다. 이번에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