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러너 브랜딩 & 디자인 비하인드 ② 톤앤매너, 컬러 설계

스터디 · 경험/기록 | 2026년 03월 10일

지난 1편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한 과정을 다뤘는데요, 이번에는 이 정체성을 전달하고 표현하기 위한 톤앤매너와 컬러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라는 정의를 찾아가던 중 디자인 연구소, 리서치 랩 등의 후보가 있었지만 전통적인 학술 기관의 인상이 드는 표현이라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었죠? 단지 마음이 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가 염두에 둔 브랜드 톤앤매너와 맞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아래에서 레이디러너 브랜드 톤앤매너의 기반이 되는 핵심 무드 설정과, 이를 토대로 설계된 브랜드 컬러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브랜드 핵심 무드: 학습의 낭만화에서 가벼운 설렘으로

레이디러너가 취미 계정을 운영할 때부터 갖고 있던 핵심 무드가 있었어요. 바로 학습의 낭만화였습니다. Learning, 학습이란 말은 기본적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는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이에요. 레이디러너가 하는 학습은 따라 하고 싶고, 멋져 보이는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이걸 Romanticizing, 낭만화라는 개념으로 정리했었죠.

그런데 브랜드의 주제가 디자인으로 확실히 변경되었고, 주요 포맷이 웹사이트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공간으로 정해졌으니 무드에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학습의 낭만화라는 긍정적인 개념은 여전히 참고하되, 기존과는 명확한 차이를 줘야 했어요.

레이디러너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에서 읽는 아티클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게 가볍고 즐거운 취미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다- 가 새로운 의도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래처럼 키워드가 완전히 다르게 정의되었어요.

  • 기존 키워드: 고상한, 우아한, 조용한, 차분한, 지적인
  • 변경 키워드: 가벼운, 친근한, 편안한, 즐거운, 설레는

기존 무드가 조용한 북카페에서 혼자 차를 마실 것 같은 인상이라면, 새로운 무드는 디저트 카페에서 친구들과 예절샷 찍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자는 저의 이상적인 추구미였고 후자가 오히려 저의 현실 모습에 가까워요!

기존에도 보이스 톤앤매너는 아래와 같았기 때문에 이러한 무드 변경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죠.

  • 해요체와 합니다체를 섞어 사용하는, 친근하면서도 정제된 문체 사용
  • 질문을 던져서 독자가 대화에 참여한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함
  • 때로는 비격식 표현을 포함해 가벼운 느낌을 주는 것도 허용

콘텐츠의 내용은 깊이 있고 전문적이더라도, 누구나 가볍게 접할 수 있길 원했기 때문에 가벼운 설렘이라는 무드로 브랜드의 톤앤매너가 정리되었습니다.


브랜드 컬러 팔레트: 로코코의 낭만과 학습 활동의 결합

레이디러너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컬러가 가지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디자인에 앞서 컬러 팔레트를 먼저 설계했습니다. 스몰 브랜드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야 할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주요, 보조 컬러만 정의하면 충분했습니다.

컬러 선택에서는 낭만과 설렘 키워드를 섞어서 구상했는데요, 이때 떠올린 것이 로코코 미술 사조입니다. 낭만화에 치중했던 이전 브랜딩에서 클래식한 요소를 적극 활용했었는데 이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아이데이션이죠.

로코코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작품들 (출처: Google Arts & Culture)

로코코하면 화려한 장식과 사치스러움이 핵심인데, 주로 파스텔 톤의 색상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파스텔톤의 소프트 핑크와 블루가 쉽게 발견되어요. 저는 이 두 컬러가 로코코적인 로맨틱 무드의 핵심이라 보았고, 이 두 색상을 컬러 팔레트에 가져오는 것으로 기초를 잡았습니다.

여기에 포인트가 되어줄 메인 컬러가 필요했습니다.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주는 긍정적인 컬러지만 브랜드의 메인 컬러라 함은 모름지기 명확하게 눈에 띄어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레드입니다.

흰 것은 종이이고, 까만 것은 글씨이며, 빨간 것은 필기이다.

뉴스레터 시절에도 레드를 포인트 컬러로 쓰고 있었지만 이번엔 맥락이 달랐습니다. 당시의 레드는 뉴스'레터'라는 컨셉과 연관 있는 실링 왁스에서 따온 측면이 컸거든요. 이번에 선택한 레드는 학습이라는 컨셉에서 출발했습니다. 공부할 때 밑줄을 긋거나 체크할 때 쓰는 빨간펜의 역할을 떠올렸거든요.

전면을 차지하는 강렬한 메인 컬러가 아니라 핑크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할 포인트 컬러이기 때문에 그 개념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레드가 선택되면서 자연스럽게 주요 보조색은 핑크가 되었고, 블루는 경우에 따라 사용되는 베리에이션 레벨로 조정하였어요.

여기에 책이나 노트에 기반한 페이퍼 화이트와, 본문에 쓰일 잉크 블랙까지 추가하여, 최소한의 미니멀 브랜드 컬러 팔레트가 정리되었습니다.

최소한으로 구성된 레이디러너 브랜드 컬러 팔레트

컬러 아이디어는 로코코 사조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배경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의도된 부분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로만 작용할 뿐 실제로 사용될 때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시인성과 가볍고 친근한 인상을 주는 것이 더 큰 목표였으니까요.

실제로는 이렇게 정리된 컬러 팔레트 안에서 스펙트럼 베리에이션을 유연하게 주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큰 틀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컬러를 추가하기도 하고 조정하기도 해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세팅하지 않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컬러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랍니다.


이번 2편에서는 브랜드가 자아내는 이미지를 설정한 내용이었습니다. 혹시 제가 의도한 대로 이곳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고 계실까요? 모쪼록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뭔가를 읽는다는 게 마냥 쉽지는 않으니까요.

다음 3편에서는 심볼과 로고 디자인, 더불어 타이포그래피까지 함께 다뤄보도록 할게요. 이번에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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