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타이포그래피 단체 The Type Directors Club(TDC)의 제71회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하는 전시, TDC71: 활자의 우주 전시에 레이디러너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세계적 스튜디오부터 신진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를 지닌 최고의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어요.
이 전시는 국내 종이 전문 기업 삼원페이퍼와의 만남으로, 서울 삼원갤러리에서 무료로 열리고 있습니다. 널찍한 공간 하나가 전시에 모두 할애되어 있고, 벽면을 따라 걸으며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심플한 구성입니다.
전시 구성은 학생 및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Young Ones 부문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타입 디자인, 레터링 부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시장 오른쪽 벽면에서 Young Ones 부문부터 순서대로 보게 되어 있어요. 아래에서 함께 전시를 둘러볼까요?
Young Ones: 차세대 디자이너의 무대



학생 및 차세대 디자이너의 작업을 소개하는 Young Ones 부문에서는 타이포그래피, 레터링, 폰트 중심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세대의 학생들이 본다면 경쟁심이나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꽤 좋은 자극이 되겠어요.
레이디러너는 이 중 ANKA 프로젝트(우측 이미지 상단)를 눈여겨보았어요. 알록달록한 색감과 동글동글한 그래픽에 이끌려 자세히 보았더니 재난에 처한 아동들에게 놀이를 제공하는 단체더라고요.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작업했고, 난민 아동을 위한 놀이 세트 및 단체의 브랜딩에 디자인이 활용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레터링, 문자 언어를 활용한 모든 창작물


두 번째 부문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익숙한 글로벌 스튜디오의 이름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곳이었습니다. 작업의 요소에 타이포그래피가 핵심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점이기 때문에 소개된 작업의 분야가 다양합니다. 패키지, 로고, 웹/앱 디자인 등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모든 디자인이 글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요.
전시를 위한 포스터로 구성된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프로젝트는 마치 비핸스 포트폴리오 페이지를 인쇄해서 감상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이런 작품들은 좀 더 큰 사이즈로 인쇄했다면 감상 경험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타입 디자인: 실사용 가능한 폰트 소프트웨어 디자인



다음은 레이디러너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문입니다. 타입 디자인 부문에서는 단일 서체 및 패밀리, 이모지, 심볼, 폰트 소프트웨어를 다루고 있어요.
이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의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의 타입 디자인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문자는 글로 읽히기보다 순수한 그래픽 요소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어서 형태에 온전히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레터링: 글자를 직접 만들거나 변형한 작업



마지막 부문은 레터링으로,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볼 수 있는 구역이었어요. 읽히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니고, 문자를 재료처럼 쓰는 측면이 강합니다.
레이디러너는 특히 Plagialphabet 작업(좌측 이미지)을 눈여겨보았는데요, AI 이미지 생성 시대에 대한 시각적 반항을 드러낸 작품으로, 퍼블릭 도메인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직접 따라 그리고 재구성해서 30개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레터링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전시에서는 포스터 형태로 소개되었는데 원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라고 해요. 링크에서 구경해 보세요!


삼원 갤러리에서 열린 만큼 삼원 페이퍼가 준비한 구역도 있습니다. 전시장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체험존인데요, 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떤 종이에 얹어지느냐에 따라 어떻게 인상이 달라지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보니 색상 차이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네요! 실제로 보면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표면의 입자에 따라 차갑거나 따뜻해지는 인상의 차이가 보이거든요. 이 외에도 다양한 종이 샘플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모든 수상작은 The Type Directors Club 웹사이트에서 더 자세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만,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인쇄된 모습으로 감상하는 건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전시장이 주는 몰입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쉽게 다른 곳에 주의를 빼앗길 수 있는 웹 환경과는 확실히 달라요. 전시장을 천천히 걸으면서 영감을 얻는, 지극히 디자이너다운 시간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TDC71: 활자의 우주 전시는 3월 13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전시가 종료됩니다. 아직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해 드려요. 방문이 어려운 분에게는 레이디러너의 후기가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