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1일에 레이디러너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 웹사이트를 오픈한 지도 벌써 2달이 지났습니다. 오픈 후 여러 디자인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초기 실험에 집중하느라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미루고 있었는데요, 바로 레이디러너의 브랜딩 비하인드입니다.
레이디러너의 브랜딩은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전면에 둔 퍼스널 브랜딩에 가까우면서도, 콘텐츠 매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까다로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번 1편에서는 본격적인 디자인 비하인드에 앞서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한 과정을 다룹니다. 지금 레이디러너는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요, 하지만 처음부터 디자인 리서치를 하겠다는 뚜렷한 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래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정체성에 이르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 볼게요.
레이디러너 브랜드 정체성 정의 과정
- 브랜드의 시작: 취미를 위한 닉네임에서 시작한 브랜드 네임
- 브랜드의 변화: 디자인 콘텐츠 매체로의 성격 변화
- 문제 정의: 웹사이트를 준비하면서 발견된 정체성 문제
- 핵심 컨셉 도출: 무엇이 기존 미디어 유형과 다른가
- 최종 정체성 정의: 레이디러너의 학습 방식은 연구와 분석
- 정의의 핵심 요약: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1. 브랜드의 시작: 취미를 위한 닉네임에서 시작한 브랜드 네임

레이디러너라는 이름은 Lady Learner, 즉 ‘배우는 여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레이디러너 소개 페이지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배움과 성장이라는 가치에 중심을 둔 이름이고, 제 개인의 삶의 태도를 정의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이건 다르게 말하면, 거창한 브랜드 런칭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 아니라는 거예요! 실제로 이 닉네임을 짓게 된 계기는 그저 취미 생활용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제도 디자인이 아니라 인문·예술·교양이었어요.
실제로 레이디러너 인스타그램 계정 초기 게시물을 보면 책 읽고, 강의 듣고, 미술사 공부하느라 바쁩니다. 배움을 업으로 삼았다는 소개까지 합니다. 그러니까, 레이디러너라는 닉네임은 이 주제에 적절하다 못해 완벽한 이름이었던 거죠!
2. 브랜드의 변화: 디자인 콘텐츠 매체로의 성격 변화

그런데 현업에서 콘텐츠를 다루던 습관이 사라지지 않아서, 개인의 기록보다는 매체에서 운영하는 콘텐츠처럼 보였어요. 더구나 사용자 데이터가 확보되니까 데이터를 분석해서 전략 짜던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고, 결국 이 취미 계정은 콘텐츠 실험의 장으로 서서히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3개월 뒤, 2025년 7월. 레이디러너는 위클리 디자인 뉴스레터를 오픈합니다. 원래 인스타그램 계정 주제가 인문·예술·교양이어서 위클리 아트&컬쳐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걸 저의 전문 분야인 디자인으로 바꿔서 정식으로 포맷을 확장한 것이죠.
뉴스레터 운영은 아주 즐거웠습니다만 이메일 뉴스레터라는 포맷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어요. 긴 글을 쓰기도 어렵고, 개별 아티클을 따로 모아 정리할 수도 없어 짧은 정보성 내용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고민되는 지점이었어요.
3. 문제 정의: 웹사이트를 준비하면서 발견된 정체성 문제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하려면 어떤 포맷이 최적일까? 제가 하려는 활동과 만들려는 콘텐츠에 최적화된 환경을 확보하려면 직접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 밖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가장 선호하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웹사이트를 오픈하려고 보니 이 사이트와 브랜드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가 고민되었어요. 아래는 제가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봤던 질문들입니다.
- 레이디러너는 개인인가, 브랜드 네임인가?
- 레이디러너라는 이름과 디자인의 관련성은?
- 레이디러너는 디자인 뉴스, 또는 매거진인가?
당시에는 그저 저를 괴롭히는 고민거리들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이건 ‘문제 정의’의 과정이었어요.
4. 핵심 컨셉 도출: 무엇이 기존 미디어 유형과 다른가

문제 1, 2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레이디러너는 개인의 이름이면서 브랜드 네임이 될 수 있고, 디자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나 창립자의 이름을 쓰는 여러 브랜드를 떠올려 보면 쉽게 해결되는 고민이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3번, ‘레이디러너는 디자인 뉴스, 또는 매거진인가?’라는 정체성 문제였어요. 이게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제가 하려는 활동이 기존의 미디어 유형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레이디러너는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뉴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매거진처럼 가기에는 퍼스널 브랜드의 성격이 강했어요.
질문을 바꿔서 그러면 이 웹사이트는 무얼 하는 곳인가?라고 생각해 보니 레이디러너는 배우는 사람이고, 레이디러너가 배운 것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핵심 컨셉이 드러났어요. 기존의 뉴스나 매거진의 문법과는 다르다는 점이 더욱 선명해졌죠.
5. 최종 정체성 정의: 레이디러너의 학습 방식은 연구와 분석
하지만 여전히 이곳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였죠. 레이디러너는 배우는 사람이라는 개념은 알겠습니다. 그러면 뭘 배울까요? 주제가 디자인이니 디자인을 배운다고 봐야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경력 10년 넘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배운다’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문득 연구와 분석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때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업에서 제가 디자인을 하던 방식은 단순 제작을 넘어 결과 데이터 분석, 리서치, 전략과 인사이트 도출 등의 분석 성격이 훨씬 컸고 이건 저만의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였습니다.
레이디러너는 단순히 디자인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디자인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내려지자 모든 고민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이름만 제대로 지으면 되는 단계였죠. 디자인 연구소, 리서치 랩 등의 후보가 있었습니다만, 전통적인 학술 기관의 인상이 드는 표현이라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라는 정의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곳은 레이디러너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가 되었습니다! 다만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는 공식적인 정의와 타이틀에 쓰이고 보통은 그냥 레이디러너라고 불리고 있지요. 제가 의도한 그대로입니다. 개인의 브랜드가 우선으로 오면서도 명확한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6. 정의의 핵심 요약: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이 결론의 핵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로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요약됩니다.
- 누가: 배움을 업으로 삼은 디자이너 레이디러너가
- 무엇을: 시각 디자인 중심의 여러 디자인 주제를
- 어떻게: 직접 학습하고, 연구·분석해서 공유한다
- 왜: 이는 자신의 성장은 물론, 성장을 원하는 디자이너를 돕기 위함이다
결국 레이디러너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 자신의 전문 분야, 차별화 포인트와 강점이 모두 담긴 정체성 정의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육하원칙의 나머지 요소인 ‘어디서’와 ‘언제’까지 추가해 본다면 디자인 리서치 스튜디오 웹사이트 및 SNS 채널에서 수시로 공유, 또는 뉴스레터를 통해 월간으로 제공. 이라는 운영 방식까지 정리되겠지요?
처음부터 의도하고 계획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깊고 오랜 고민이 필요했던 정체성 정의 과정이었습니다. 그저 내면을 채우고 싶어서 시작했던 취미 생활이 디자인 연구 활동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1인 브랜드나 개인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브랜드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는 시대죠. 제가 거쳐온 고민의 흔적과 문제 해결 접근 방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2편에서는 이렇게 공들여 정의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한 톤앤매너와 컬러 설계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이번 1편은 본격적인 디자인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한 인트로였다고 보셔도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